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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인력의 수와 배치에 관한 문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의 의료 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국 의사의 수와 배치.

어느 정도의 숫자가 적절할까? 또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적절할까?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야 할 것.

0.

지난 7월 23일,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배포했다. 지역별, 전공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정도 늘리는 등의 구체적인 의사 수 증원 방안을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 의료 추진 등의 정책을 일명 ‘4대악 정책’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후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크나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진영은 전공의/전임의 집단 휴진, 의대생 국시 거부, 집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고, 이에 정부도 업무복귀명령을 발령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업무방해죄를 검토하겠다며 맞섰다. 치열한 갈등 끝에 결국 지난 9월 4일,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 더불어민주당과 각각 합의문을 체결했다. 의사 수 증원을 포함해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 정책들을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보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따라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들이 우리 사회에 제기한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갈등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이슈는 결국 의사 인력의 숫자와 배치에 관한 것이었다. 정부는 기형적인 지역별, 전공별 의사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고 이들을 의무복무제도로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 측은 적절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의사 수를 급격히 늘리면 과잉경쟁으로 인한 의료 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의사 배치는 현재 인력 풀 내에서 적절한 유인책을 통해 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지난 8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 인력이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처우 개선 또한 과도한 요구라는 점을 여러 근거를 통해 지적하면서, 의사 측의 입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대 정원 동결 / 진료 횟수 / 의사 처우 개선 등, 현재 논란의 핵심이 되는 주제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우리 FACTory팀은 나 위원장의 발언에서 핵심적인 근거들을 팩트체킹 하고, 이를 통해 의사 증원 논란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절반 사실.jpg
절반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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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3,058명으로 20년째 동결?

| 검증발언 |

"저희는 양적인 면에서는 4000명이 아니라 더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

 왜냐하면 의대정원이 1년에 3058명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명도 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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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의대 학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석사통합과정의 연간 최대 모집 인원을 통칭해서 의대 정원이라고 부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과 4항에 따르면, 의료법에서 정해진 의료인의 모집단위별 정원은 교육부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를 통해 정하게 되어 있다. 즉, 의대 정원을 확정할 수 있는 권리는 법적으로 각 대학이 아니라 정부에게 있는 셈이다. 

의대 정원은 2000년대 초까지 꾸준히 증가해오다가 의약분업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측의 갈등 속에 변곡점을 맞이했다. 갈등이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의사 측은 의사 인력 과잉을 우려하며 의대 정원 감축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에 당시 정원인 약 3,500명의 10%에 달하는 351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이 보건복지부 보건자원과의 보도자료로 공표되었다. 눈여겨볼 점은 당시에 정원을 한 번에 감축하지 않고 3년에 걸친 단계적 감축을 계획했다는 점이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4년에는 의대 학부 정원 156명이, 2005년에는 학사편입 정원 114명이, 그리고 2006에는 의전원 정원 39명이 차례로 줄어들 예정이었다. 2007년에도 인원 감축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는 정원 외 입학 인원의 감축이었기 때문에 의대 정원 감축은 사실상 2006년에 마무리 지어질 계획이었다.

의대 입학생 수 표.png

그렇다면 이후 의대 정원 감축 정책은 계획안대로 시행되었을까.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교육통계연보”를 확인해본 결과, 2006년 이후에도 의대 신입생 수가 3,058명을 초과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의전원의 경우 의대 학부 커리큘럼 중 예과 2년을 제외한 본과 4년 과정만 수료한다는 점을 반영해 매년 학부 본과로 진입한 학생 수와 의전원에 입학한 학생 수를 더해보니,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3,058명을 초과한 것이다.

<표 1> 2005 ~ 2019 의대 입학생 수

(년, 명)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사인력양성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자원과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교육부로 통보하는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서 변한 적이 없으며, (...) 교육부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조정이 있어 그런 오차가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당 내용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의대 신입생 수와 정원이 일치

- 출처 : "교육통계연보" 2005 ~ 2019(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을 재가공.

하지 않는 것은 “의전원 제도의 신설로 인한 편입학 제도의 한시적인 운용과 정원 외 입학 제도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인 조정”의 결과일 뿐이라고 답해왔다. 아울러, “전체적인 의사 수급 조절을 위한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통보한 3,058명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즉, 신입생 수를 무조건 3,058명에 맞춰온 것이 아니라, 의전원 제도 등 새로 도입되는 정책의 결과를 고려해 전반적인 의사 수급이 3,058명 선에서 유지되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부터 2019년까지 의대 정원의 평균값을 구해본 결과, 매년 3,055명 정도를 선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필요에 의해 단기적인 조정은 있었으나, 의사 수급 조절을 위해 설정된 3,058명이라는 정원은 2006년부터 지켜져 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이 3,058명이라는 나순자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가 앞서 확인했듯이 그 정원이  20년동안 유지되어왔다는 발언에는 다소 오차가 있다. 3,058명의 의대 정원이 동결된 것은 정원 감축 정책이 완료된 시점인 2006년부터 올해까지 총 15년 동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의사 인력 증원에 반대 견해를 표명해온 의사협회는 인구당 의사 수 증가율을 대표적인 근거로 활용해왔다. 당장은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7월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천 명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다”라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2038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활동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OECD. Stat” 자료를 활용해 계산해 본 결과는 최대집 회장의 발언과 달랐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평균 활동의사 증가율(2.14%)은 OECD 평균 증가율(1.86%)의 1.15배에 불과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증가율(2.18%)은 OECD 평균(2.69%)보다 오히려 낮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최대집 회장의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일까? 2010년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의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의 3배, 혹은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후 OECD 평균 증가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온 반면 우리나라의 증가율은 점차 하락해왔다. 이러한 추세는 <그림 2>와 같이 증가율을 10년 단위로 계산해서 장기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최대집 회장이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과거의 특정 시점에 해당하는 것이지, 인구당 의사 증가율이 지속해서 감소해온 우리나라의 현재 수치를 고려하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그림 1>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 (1년 단위)

1년 단위 증가율.png

- 출처 : OECD. Stat 을 재가공.

-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의 1년간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을 계산한 것임.

<그림 2>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 (10년 단위)

10년 단위 증가율1.png

- 출처 : OECD. Stat 을 재가공.

-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의 10년간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을 계산한 것임.

“왜냐하면 의대정원이 1년에 3058명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명도 늘지 않았어요.”
 ▶ 검증 결과 :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jpg
대체로 사실

1인당 외래진료 횟수 OECD 평균의 2배 이상?

| 검증발언 |

"그리고 또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그래서 진료 횟수도 OECD와 비교를 해 보면 OECD는

 연 7.4회인데 우리나라는 그 2배가 넘는 17회예요. 이렇게 의사인력이 더 필요한 요인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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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자 위원장이 언급한 진료 횟수의 출처는 무엇일까? 나 위원장의 발언과 일치하는 수치는 보건복지부에서 “OECD Health Statistics 2018 소책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책자는 OECD가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업데이트한 “OECD. Stat”의 보건 데이터 중 주요지표를 추출하여 제작한 것으로, 주로 2016년, 혹은 그 이전 자료 중 가장 최신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 책자에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7.0회로, OECD 평균인 7.4회보다 2.3배 많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표 2>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

(회)

진료 횟수.png

하지만 자료의 출처인 “OECD. Stat”을 2020년 9월 기준으로 재확인한 결과, 보건복지부 책자가 출처로 삼은 2016년 데이터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2016년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6.6회로 집계되는 한편, OECD 평균은 계산 결과 7.1회로 나타났다.

- 출처 : OECD. Stat 을 재가공.

그러나 이와 같은 수치 변동은 OECD 통계의 자체적인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 산출 방식에 대한 OECD의 설명에 따르면,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시점에 해당 연도의 데이터가 없는 국가의 수치는 이전 수치들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대체되거나 추정값으로 기입되며, 차후 해당 데이터가 제출되면 갱신된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수치와 OECD 평균값 모두 나 위원장이 참고한 보건복지부 자료가 발간된 시점으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2020년 9월 기준, “OECD. Stat”의 최신 자료로는 2018년 수치가 제시되어 있었다. 이에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와 OECD 평균은 각각 16.9회와 7.1회로 나타나있었다. 그러나 의료 행위와 관련된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한방 진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기준 의료서비스 이용현황” 보고서에서는 2018년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진료횟수에 한방진료 2.2회가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제외하면 수치가 14.7회로 감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 위원장이 근거로 삼은 우리나라의 수치가 다소 과장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추산한 한방진료 횟수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진료횟수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횟수가 17회이고, OECD 평균이 7.4회라는 나순자 위원장의 발언은 최신 자료와 약간의 오차가 있다. 하지만 나 위원장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 불가피한 변동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수치의 변동 폭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 위원장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 한편, 진료횟수에서 한방진료 횟수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진료횟수가 여전히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나순자 위원장이 제시한 수치 자체에는 큰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 위원장이 이를 근거로 높은 의료 수요를 지적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의사 공급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해당 지표를 집계한 OECD에서는 “OECD Health at a Glance 2017”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의료 수요가 과잉 창출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외래 진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의사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의사들이 잦은 외래 진료를 유도하고 있어 연간 진료횟수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OECD의 설명에 따르면 높은 연간 진료 횟수가 의사 인력의 추가 공급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는 나순자 위원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편, 해당 수치가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어 추가적인 의사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는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OECD 보고서에서는 “진료시간의 길이와 진료의 효용성이 국가별로 다르며, 입원 환자에 대한 서비스와 의사의 연구 시간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기 때문에 (...) 이 지표는 의사의 생산성에 대한 척도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와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단순히 진료 횟수로 드러나는 의료 접근성이 의료 서비스의 생산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김윤 교수는 진료 횟수가 아닌 진료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하면서, 의사의 생산성에 의료 서비스의 질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2019년도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 따르면, 외래 진료 환자 54.1%의 실제 진료시간이 5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나 위원장이 근거로 삼은 수치들이 대체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수치가 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맥락에 대한 고려는 여전히 필요하다. 때문에 높은 진료 횟수가 추가적인 의사 공급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나 위원장의 주장은 다른 자료들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그래서 진료 횟수도 OECD와 비교를 해 보면 OECD는

 연 7.4회인데 우리나라는 그 2배가 넘는 17회예요. 이렇게 의사인력이 더 필요한 요인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 검증 결과 : 대체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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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사의 처우 개선은 이미 과잉 상태?

| 검증발언 |

"최근에 한 의료원에서 의사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연봉을 얼마를 줬냐면 5억 3000만원에 계약을 했어요.

 보통 3~4억을 줘야 되는데 의사가 안 오니까 이렇게 천정부지로 인건비가 올라가는 거죠

 (...) 처우 개선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처우를 얼마나 개선해줘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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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사실

"최근에 한 의료원에서 의사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연봉을 얼마를 줬냐면 5억 3000만원에 계약을 했어요.

 보통 3~4억을 줘야 되는데 의사가 안 오니까 이렇게 천정부지로 인건비가 올라가는 거죠

 (...) 처우 개선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처우를 얼마나 개선해줘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 검증 결과 : 대체로 사실 

나순자 위원장은 의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 위와 같이 반박했다. 5억 3천만 원이라는 수치는 이후 여러 기사에서 인용되었고, 의사의 처우 개선이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의 근거로 사용되었다. 이후 진위가 논란이 되자, 이튿날인 8월 27일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지방의료원 의사연봉 현황에 대한 보건의료노조의 입장”을 발표해 “주요 지방의료원 의사 인건비 현황”을 근거로 제시하며 해당 발언이 사실임을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의사의 최대 연봉은 6억 5천만 원이었으며 나순자 위원장이 언급한 5억 3천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5억 3천만 원의 연봉 수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36개 지방의료원(분원 포함) 및 광역자치단체의 의료원 담당 부서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았다. 이때 지방의료원 의사 임금은 기본급여제와 성과급제(기본급여+성과급)로 나뉜다는 점을 고려해, 질의 과정에서는 성과급을 포함한 경우와 제외한 경우를 구분하였다.

 

취재 결과, 기본급 5억 3천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연봉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다고 답한 지방의료원은 없었다. 그러나 성과급을 포함하는 경우, 복수의 의료원으로부터 연봉이 5억 3천만 원 수준인 경우가 있거나 혹은 있었다는 응답을 들을 수 있었다. 36개의 지방의료원 중 ▲목포시의료원▲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서귀포의료원이 이에 해당했다. 

 

그러나, '의사가 안 오니까 천정부지로 인건비가 올라간다'는 나순자 위원장의 발언과는 달리 의료원 측에서는 고연봉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성과급제를 들었다. 성과급 항목에는 진료와 수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진료와 수술이 잦은 의사는 다른 의사들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성과급 포함 5억 원 대 연봉을 받는 의사가 있었다고 밝힌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은 "평균 연봉은 2~3억 선이지만 한 정형외과 의사의 경우 수술이 특히 많아 성과급을 합친 연봉이 5억을 웃돌았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서귀포의료원에서도 “일반적으로 의사 연봉이 5억 수준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7~8년 전에 진료 실적이 월등히 많아서 진료실적 성과급으로 5억 3천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의사 케이스가 하나 있었다”라고 응답했다.

 

물론, ▲포항의료원▲서산의료원▲강진의료원 등 8개 지방의료원은 "구인난으로 인해 연봉이 상승하기도 한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이 때문에 연봉이 5억을 상회하는 사례가 있다고 답한 곳은 없었다. 광역자치단체 공공 의료원 담당 부서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 5억 원을 연봉 상한선으로 규정했다고 밝힌 경기도는 "작년까지 5억을 넘는 경우가 있었으나, 고액 연봉자는 대부분 성과급제 계약이었다"라며 고액 연봉의 주원인이 성과급이었음을 밝혔다. 충북의 경우 도내 5억 이상의 고연봉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성과급을 합치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즉, 지방의료원에서 의사를 구하기 힘들어 의사 연봉이 상승하는 경우는 있지만, 단지 구인난 때문에 지방의료원 의사 연봉이 5억 3천만 원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한편, 해당 인터뷰가 발표된 이후, 5억 3천만 원이라는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인터뷰 이튿날인 8월 27일, 보건의료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순자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지역 공공병원의 의사 처우의 경우 사회적 인식과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즉, 의사들의 지역 불균형 전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지역 공공병원에 한정된 설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의 주요 내용은 지역별/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의사 수 증원 정책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의사 처우 개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나순자 위원장이 높은 경제적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지역으로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나순자 위원장이 지방의료원 의사의 연봉을 언급한 것은 의사 인력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이미 충분하다는 의미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의사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의사를 유인하기 위해 적절한 경제적 인센티브 수준을 논의하기에 나순자 위원장이 제시한 지방의료원 의사 연봉 수치는 제한적인 근거이다. 활동 의사 중 의료원 재직 의사의 비율이 0.15%에 불과하다는 사실(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2016년 기준)을 감안한다면, 의사의 경제적 보상 수준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일반 의원 혹은 병원 등 의료원 외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지방의료원은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위치한다. 2019년 12월 기준 36개의 지방의료원(분원 포함) 중 수도권에 있는 곳은 분원 포함 10곳에 달했다. 따라서 의료 인력 격차 해결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료원 봉직의를 포함한 봉직의 전체와 개업의의 소득 수준을 지역별로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봉직의와 개업의 소득의 지역 편차를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 및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림 3> 참조), 봉직의와 개업의(개인사업자 기준) 모두 평균적으로 서울 지역의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3> 봉직의/개업의 지역별 소득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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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경제총조사 2015(통계청 MDIS) 를 재가공.

봉직의 연봉 평균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2018년 발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가장 최신 조사치인 2016년 기준 서울의 봉직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1천2백만 원으로, 전국 평균(1억 5천6백만 원)보다 4천4백만 원가량 낮고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한 울산(1억 6천7백만 원)에 비해 5천5백만 원 낮았다. 서울의 연봉 수준 대비 전국 평균은 39%, 울산 평균은 49%가량 높았다. 특히 제주, 강원을 제외한 나머지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는 모두 특별시 및 광역시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개업의의 경제적 보상 수준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2015년 통계청 경제총조사 데이터 중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일반 의원'의 ▲영업이익 ▲매출 ▲임차료의 시도별 평균을 구했다. 해당 분석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에 인가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은 후 데이터를 열람하여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개업의의 경우도 봉직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지역 일반 의원의 영업이익은 평균 2억 2백만 원으로, 전국 평균인 2억 3천2백만 원보다 3천만 원가량 낮게 나타났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충남의 영업이익은 2억 7천4백만 원으로, 서울보다 35%가량 높았다. 뒤를 이은 충북, 경북, 경남 또한 2억 6천만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서울은 매출액에서 충남에 이은 2위를 기록했지만 높은 임차료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의 임차료는 평균 5천7백만 원으로, 전국 평균인 3천4백만 원보다 67%가량 높았다. 임차료가 가장 낮은 전남(1천3백만 원)의 4배 이상이다.

 

 전체 봉직의 연봉 평균 및 개업의 영업이익 평균을 고려한다면 나순자 위원장이 언급한 '5억3천'이라는 수치는 의사들의 평균적인 경제적 보상 수준을 다소 과장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봉직의 임금과 일반 의원의 영업 이익이 모두 서울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제적 인센티브로 지역 간 의사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발언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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